山에 다녀온 이야기

모기떼의 습격을 피해 도망친 자의 최후 : 장성 축령산(추암 코스)

山中老人 2026. 7. 2. 13:46

일시 : 2026년 7월 2일 오전

코스 : 추암주차장 - 상선암 - 조림공적비 - [건강숲길 : 정상] - 금곡화장실 - [중앙임도 : 모암화장실 - 우물터 - 조림공적비] - 주차장

거리 및 소요시간 : 8.15km, 2시간 35분(휴식 1회 포함)

축령산 안내도
축령산 안내도
축령산 안내도(고화질)

등산로에 해당하는 '건강숲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탄한 산책로에 해당함. 안내도에 나오지 않은 샛길도 엄청 많음. 하지만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기에 '알바'할 염려는 거의 없음.

 

※ 이제 장마가 시작되고 당분간은 비가 오락가락할 듯하니 산행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임.

※ 다행히 오늘은 비소식이 없으니 집에서 가깝고 코스 난이도가 낮은 축령산을 다녀오기로 함.

※ 어제 비가 내렸고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에 습도가 무려 90~95%에 이른다고 함. 사실 이런 날씨에 산행하는 건 딱히 맘에 들지는 않지만 이제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 아예 산행을 못하기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녀옴.

추암주차장(무료)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세우려고 후방 카메라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음. 무슨... 말벌떼인가? 벌써 지구멸망전이라도 시작된건가? 곤충의 습격이라니... 다행히 말벌떼는 아니고 모기떼!!

문을 열고 나서기가 겁이 남. 이건 산행이 문제가 아님. 

일단 '내가 질식해 죽는 한이 있어도 모기떼와 같이 죽겠다'는 심정으로 기피제로 샤워를 하고 차 밖으로 나섬.

내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모기의 약점을 찾아봄. 일단 모기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고 바람에 약함

두 팔을 머리 주위에 쉬지 않고 휘저으며 최대한 빠르게 이동함.

상선암
묘현사

정상 올라가는 등산로(건강숲길)로 가기 위해서는 임도를 따라서 '조림공적비'까지 가야 함.

본격적인 임도(중앙임도)의 시작

 

오는 동안 틈틈이 기피제를 뿌리고 두 팔의 방어력과 기민한 이동으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하였으나, 어째 다리보다 팔이 더 피곤한 느낌적인 느낌은 기분 탓인가, 모기 탓인가...

 

조금 올라오니 모기는 확연히 줄었는데(그래봤자 엄청 많음) 이젠 곰탕이 진해짐.

조림공적비
건강숲길 입구

조림공원에서 등산로(건강숲길)로 들어섬.

건강숲길
건강숲길

 

초반엔 편안한 데크(계단)이지만, 조금 지나면 약간은 가파른 구간도 나옴.

거의 안개비 수준이라 돌이 젖어 있어 엄청 미끄러움.

 

괴물(?)의 습격을 피해 겨우 달아난 곳이 하필 안갯속이라니.. 이거 너무 뻔한 전개 아닌가?

이제 모기떼의 공격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더 큰 문제는 곰탕의 열기(?) 속에 쉴 새 없이 흐르는 땀과 내 몸의 열기로 인한 안경의 김서림.

땀은 뚝뚝 흐르고, 앞은 안보이고, 바닥은 미끄럽고... 가만, 축령산이 이렇게 고난이도였던가? 힐링 코스 아니었어??

안경(선글라스)을 벗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안경을 쓰기 전에 손으로 렌즈를 닦으니(잠시라도 멈추면 모기의 공격이 시작되니 배낭에서 휴지나 뭘 꺼낼 여유가 없음.) 김서린 것보다 더 안 보임. 그래서 다시 또 닦으니... 이건 뭐 자체 모자이크도 아니고...

차라리 안경을 벗으면? 가만.. 이건 공포 영화의 클리셰인데? 죽더라도 안경은 쓰고 죽자. 그냥 이대로 전진...

 

축령산 정상 표지석

 

땀은 많이 흘렸지만 습한 날씨라 그런지 갈증은 심하지 않음. 사실 갈증보다도 모기에 대한 공포곰탕으로 인한 서스펜스로 인해 쉴 여유가 없음.

 

정상에서 잠시 물한모금 마시고 금곡 방향으로 하산 시작.

※ 주등산로(건강숲길)에서 중암임도로 내려가는 샛길(안내도에는 표시되지 않음)은 금곡화장실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간에 여러 군데가 있음.

건강숲길

여기서 중앙임도로 내려가도 되지만 금곡화장실까지 더 진행함.

건강숲길

날씨와 모기만 아니라면 더없이 운치 있고 완벽한 힐링 코스일텐데.... 

금곡화장실 갈림길
금곡화장실
중앙임도
중앙임도
중앙임도
모암화장실
우물터

안내도를 보면 알겠지만, 모암화장실(우물터)에서 조림공적비까지 구간은 많은 숲길(산책로)이 미로처럼 얽혀 있음. 사실 축령산은 정상 등정보다도 이 숲길이 메인테마라고 볼 수 있음.

하지만 난... 모기때문에 과감하게 패스!!

오른쪽이 중앙임도, 왼쪽이... 아마도 '숲내음숲길'

 

살짝 들어가 보면...

걷기 편한 데크로 이루어져 있음. 숲은 대부분 편백나무와 삼나무라고 함.

 

완벽한 힐링 코스인 편백나무숲의 산책로를 그림의 떡처럼 바라보고 (저곳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시무시한 그놈들이 날 먹잇감 노리듯 기다리고 있음) 그나마 널찍하고 바람이 좀 통하는 중앙임도로 올라올 때보다 더 빠르게 하산함.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기다렸다는 듯이 모기들이 날 반겨줌.

하지만 이제 엔딩이 코앞인데 여기서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음. 

하산길이라 땀도 거의 나지 않아서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씀. 지옥의 울림처럼 들리던 그 웽웽 소리가 안 들리니 그나마 좀 편함.

 

이제 마지막 한 걸음! 주차장은 여전히 녀석들이 점령하고 있음.

도착은 했는데... 차 문을 어떻게 열지?

아, 이래서 자율주행 차량이 필요하구나. 자율주행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분명 축령산 모기떼를 경험했음이 틀림없ㅇ.... 정말??

 

주차장에서 따라 들어온 모기가 지금도 내 차안에 십 수 마리는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