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다녀온 이야기

올라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내려갈 땐 아니란다 : 무안 승달산(목포대 원점회귀 코스)

山中老人 2026. 8. 26. 22:47

일시 : 2026년 8월 26일 오전

코스 : 목포대 대운동장(주차) - 송씨묘 - 평바위 - 분기점2 - 분기점3 - 깃대봉[왕복] - 분기점3 - 분기점1 - 하루재 - 사자바위[왕복] - 하루재 - 단풍나무길 - 목포대(교내 통과) - 주차장

거리 및 소요시간 : 10km, 3시간 34분(휴식 2회 포함)

※ 한풀 꺾인 줄 알았던 폭염이 되살아나 여전히 장거리 산행은 무리인 듯 하여, 자주 다니던 '어등산'에 필적할 만만한 산을 고름.

※ 높이도 비슷하고, 목포대 교내를 들머리로 하여 깃대봉-하루재-사자바위-매봉 환종주하면 거리도 얼추 비슷할 것 같았음.

대운동장 인근 주차장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교내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면 됨. 다행히 현재 방학 중이라 매우 한산함.

교내를 통과하여 지도에 표시된 들머리(박물관 근처)로 올라감.

대운동장
아마도 여기가 박물관??
이 길을 올라가면 바로 등산로와 연결됨
등산로 입구
왼쪽이 등산로임

초반에는 거의 '임도' 수준이다가, 점차 길은 좁아짐.

송씨묘 지점 이정표

기숙사에서 올라오는 길고 합쳐짐.

※ 깃대봉은 1.8km, 하루재는 1.5km 남았음. 깃대봉 가는 도중에 하루재가 있는 것은 아니고 두 지점이 갈라짐(분기점2)

간혹 가파른 지점도 있음.

평바위 이정표

※ 기숙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아까 송씨묘 방향과 이곳 평바위 방향, 두 곳으로 올라올 수 있음.

 

깃대봉까지 유일한 조망점

깃대봉 방향
사자바위, 매봉 방향
앞으로 진행해야 할 능선
승산달 분기점2(07시 18분 32초)

위 안내도의 분기점2 이정표임. 여기서 하루재와 깃대봉 방향으로 갈라짐. (깃대봉까지 남은 거리 0.7km!)

승달산 분기점3 이정표(07시 23분 46초)

깃대봉까지 남은 거리는 0.6km! (하지만 하루재까지의 거리는 변함없음. 길이 삼각형 모양이라 그럼)

100m 오는 데 5분14초 걸림. 좀 지치긴 했지만 이 정도 속도는 아닌데.. 뭔가 이상함.

이로부터 2분 후에 만난 이정표.

문제의 이정표(안내도의 수월동분기점1에 해당함) 07시 25분 49초

읭??? 이게 뭔 말임?? 그 2분 사이에 나도 모르게 '깃대봉'을 지나쳤다고????

표시된 거리로 계산을 해 보면... 0.6+0.3 = 0.9km. 두 지점 찍은 시간을 계산해 보면 정확히 2분3초. 즉, 나는 900m를 123초에 주파했음. 시속 약 26km/h가 나옴. 만약 100m를 달린다면 대략 13.67초임. 우사인 볼트도 이 산길에서 이 속도로 달리기는 힘들텐데...

근데 가만... 그 2분 사이에 정말 깃대봉을 지나친 건가? 난 왜 못 봤을까.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어쩌나.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자잘한 봉우리(업다운)가 수차례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정상'도 못 보고 지나치다니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말았나?

두 이정표 사이 어디쯤
'깃대봉'이 있다는 의미인데...

사라진 깃대봉을 찾으러 두 이정표 사이(이론상으로는 0.9km)를 이 잡듯이 뒤져봐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단언컨대, 그 2분3초 사이에 '봉우리'는 보지 못했음. 

이정표 방향만 보고 움직인다면 왔다리갔다리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음. 뫼비우스 선생님이 다녀가셨나, 아니면 '버뮤다 삼각지대'가 이곳에 생긴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중간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건가.

가설1) 내가 실제 이동한 시간은 123초. 대략적인 속도로 환산해 본다면 그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0.1km 내외. 하지만 이정표 상 거리는 0.9km. 0.8km가 사라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축지법의 달인이 된 것임.

가설2) 사라진 0.8km와 '깃대봉'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임.

가설3) '문제의 이정표'는 사실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음. 제멋대로 다니다가 산행객 만나면 이정표인 척 위장하느라 아무 곳에나 박혀 거리가 제각각임.

가설4) 사실은 제대로 된 위치, 방향, 거리를 표시하고 있는데 내가 사진을 조작하거나 변조한 것임.

 

진실이 뭐가 됐든 방법을 찾아야 했음. 과연 해결책이 뭘까....

'아, 깃대봉을 안 가면 되는구나. 그냥 찾지 않으면 되지 뭐. 이런 신박한 방법이...' 

두 이정표 사이에서 왔다갔다 무한 반복을(물론 머릿속에서만) 하다가 그냥 쿨하게 '깃대봉'을 패스하고 문제의 이정표에 표시된 '독골' 방향으로 그냥 진행함.

얼라려?? 사라졌던 깃대봉이 다시 나타남. 그것도 아직 0.3km 남았음. 

이로써 아까 그 구간은 블랙홀이었던 것이 확실해졌음. 거기서 사라졌다가 여기서 다시 나타남. 아무튼 다행임. 하마터면 '실종신고'할 뻔했음.

깃대봉 표지석

정상에서의 조망은 전혀 없고, 왔던 길을 되돌아 하루재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함.

승달산 분기점1

깃대봉에서 거의 1km 가까이 내려온 지점인데 겨우 0.2km라니.. 뭐 여기저기 블랙홀이 널려 있으니 이젠 저 거리 숫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감.

하루재 사거리

블랙홀 체험과 축지법 연마하느라 산행다운 산행을 즐기지 못한 채 업다운에 체력만 갉아먹힘.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깃봉 방향(사자바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 내려가는 것인데... 

약간의 고민 끝에 비교적 가까운 사자바위만 들렀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하산하기로 함.

그래도 능선 구간이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임. 모기도 없고 바람도 조금 있고 쾌적한 코스임.

지나왔던 블랙홀 능선
목포대 방향
저기 어디쯤에 블랙홀이...
사자바위 이정표
사자바위 쉼터

다시 하루재로 내려가 하산함.

초반에 가파른 계단임.

바람은 없고, 모기는 더 많음.

아마 여기쯤이 '단풍나무길'인 듯.

목포대학교 뒷길을 돌아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가 

대학교 구내를 통과하여

대운동장 주차장에 도착 완료.

 

※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은 거짓임. 엊그제 처서였는데 승달산 모기는 더 극성임.

※ 생각해 보니 속담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블랙홀 때문임. 다른 곳의 모기가 블랙홀을 통해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 분명함.

※ 자칫 밋밋하고 지루하고 나른할 뻔한 산행에 빅재미, 큰웃음, 무한 감동을 안겨주신 '무안군 관계자'님께 심심한(노파심에 말하지만 '맛이 싱겁다'는 뜻이 아님.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임) 경의를 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