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다녀온 이야기

싸우자, 카카오맵! 나 휴양림에서 알바한 사람이야!! : 장흥 억불산

山中老人 2026. 8. 13. 00:09

※ 지난주 화순 만연산에 이어서 무더위에도 비교적 가뿐하게(?) 산행할 수 있는 곳으로 장흥 억불산을 선택함.

※ 장성 축령산, 화순 만연산, 장흥 억불산은 모두 산세가 험하지 않고 휴양림(또는 산림욕장)이 잘 조성되어 가벼운 산책 등 힐링 코스로 제격이며 더운 여름에도 정상까지 오르기에 큰 무리는 없음.

※ 축령산과 만연산에서 더위보다는 모기 때문에 고생하였기에 이번엔 대책에 좀 더 신경을 씀.

☞ 축령산 코스 참조 

☞ 만연산 코스 참조 

※ 무더위를 걱정하여 애초에는 짧게 치고 빠지는 정남진천문과학관 코스를 생각하였으나,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무덥지 않고 코스 길이가 너무 짧게 나와 우드랜드(매표소 주차장) 코스로 변경함.

※ 구체적인 코스를 검색하다가 우드랜드-며느리바위-정상-천문과학관-(임도)-우드랜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환종주 코스를 기획함. 대부분의 구간이 데크 산책로이거나 임도이기에 거리에 따른 피로도는 크게 문제 될 것 없음.

출처 : 국제신문

지도에 표시된 빨간색 코스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완벽하게 일치함. 이 코스를 머릿속에 입력한 후, 언제나 그랬듯이 '카카오맵'을 통해 다시 확인함.

착각 : 주차장에서 우드랜드를 통과하여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를 따라 며느리바위-정상을 오른 후, 과학관을 거쳐 임도를 따라 우드랜드로 하산하면 되는 아주 '쉬운 코스'가 딱 그려짐.

현실 : 우드랜드에서 며느리바위(정상)로 오르는 길은 '말레길'이며, 카카오맵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음. 즉, 카카오맵만 보면서 머릿속에 저장한 그 코스를 떠올리면 답이 안 나옴.

우드랜드 매표소 주차장(무료)
주차장에서 바라본 억불산

주차장에서 나와 매표소로 들어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우드랜드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음.

왼쪽에 살짝 삐져 나온 '며느리바위'가 보임.
우드랜드 입구

아무튼 머릿속에 '그 착각'을 간직한 채 씩씩하게 우드랜드로 입장함.

꼭 기억해야 할 장소!

우드랜드 내부 길이 임도와 산책로 등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이정표와 카카오맵을 보면서 위치를 확인하며 진행함. 위 사진에서 왼쪽이 '카카오맵'과 내 머릿속에 저장된 그 코스임.

시작부터 임도의 분위기가 달라짐.

착각 :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편안한 데크라고 하더니 좀 이상하네. 아, 그래도 등산로이니까 이게 정상이겠지?

현실 : 그거 아니야! 딱 보면 모르겠냐. 이 길이 아니야.

착각 : 풀이 좀 많긴 하지만 한적하고 분위기도 나름 괜찮고 좋네 뭐. 좀 가다 보면 데크 길이 나오겠지.

현실 : 임도에 이정도 잡풀이 무성한 걸 보면 감이 오지 않냐? 더 늦기 전에 발걸음을 돌려!

별다른 의심없이 계속 진행하자 무성하던 잡풀은 아예 임도를 덮어버렸고 급기야 길 자체가 사라짐. 이제서야 카카오맵을 통해 현재 위치를 확인하니 등산로에서 벗어난 상태임.

착각 :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며느리바위로 이어지는 저 등산로(녹색 실선) 위치를 찾아 제대로 된 등산로 찾아야겠다.

현실 : 그거 아니야. 애초에 네 머릿속에 생각했던 그 코스 자체가 지금 이 지도에는 그려져 있지 않아. 제발 카카오맵을 보지 말고 그냥 처음 위치로 다시 되돌아가!! 

대략 이 지점이 방금 카카오맵에서 확인한 '제대로 된 등산로'와 연결되는 지점임.

착각 : 길이 좀 안 좋긴 하지만 지도와 위치를 보니까 제대로 된 등산로가 금방 나올 것 같아.

현실 : 아니라니까 그러네. 힐링 산행 코스인 억불산에 이런 등산로가 있을 수가 없어.

착각 & 현실 : 와 씨~ 완전 길이 막혔다. 안 되겠다 방금 그 임도로 다시 내려가자.

※ 이 즈음에서 가시에 옷이 찢기고(이번엔 하의) 또 한 번 벌에 쏘임.

왔던 임도를 되돌아 가는 중

착각 : 이상하네. 그럼 미리 예습했던 그 빨간지도(국제신문 지도)는 대체 뭐였지? 카카오맵에 나오는 이 등산로는 왜 없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이 샛길로 한번 더 가보자.

현실 : 지도를 제대로 봤어야지!! 그 빨간 코스와 카카오맵 코스는 완전 다르잖아. 제발 확인 좀 해! 그리고 제발 샛길로 가지 마. 카카오맵에도 없고, 다른 지도에도 없는 완전 엉뚱한 길이야.

※ 사진은 없지만 저 샛길로 조금 올라갔더니 기다리는 건... 그냥 묘지였음.

아까 그 지점!

처음에 임도로 잘못 들어섰던 지점으로 되돌아왔음. 이젠 카카오맵은 의미 없고, 머릿속에 저장된 코스도 엉망이 되었으니 그냥 이정표 대충 찾아서 정상까지 올라가려고 함.

※ 위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던, 가운데 숲으로 들어가던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말레길)와 연결됨. 

말레길 입구

착각 : 데크 길 잘 꾸며 놨네. 편하긴 하지만 등산로는 아니잖아..

현실 : 아니야. 이 길이 바로 애초에 머릿속에 저장했던 그 등산로(말레길) 맞아!! 이제 제대로 들어온거야.

월출산과 수인산
월출산
제암산과 사자산(두봉)
멀리 보이는 무등산
벼락바위

어차피 데크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정상이므로 이정표는 딱히 신경쓰지 않음. 데크 옆으로 흙길 등산로가 따로 있길래 정상까지는 흙길을 따라 올라감.

흙길과 데크
엎진바위(두꺼비)

철쭉 터널도 지나고..

정상 도착

억불산 표지석

정상에서의 조망이 끝내줌.

천관산
무등산
제암산
흑석산
흑석산과 월출산
병무산(풍력발전)
무등산
일림산

억불산과 더불어 장흥의 3대 명산(?)인 천관산, 제암산은 물론 월출산과 멀리 무등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음.

※ 당초 계획은 며느리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오는 것이었는데 순서가 바뀌었음. 별수 없이 정상에서 며느리바위를 다녀오기로 함.

정상에서 며느리바위는 아주 가깝지만 굉장히 가파른 계단이 있음.

내려가는 계단
며느리바위

더 이상 며느리바위에 다가갈 수는 없고 바로 앞에서 사진만 찍고 다시 계단을 올라감.

올라가는 계단

※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고 낡은 상태라 좀 위험해 보임. 위에(처음에 내려올 때)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판이 있었지만 딱히 통제하지는 않아서 조심히 얼른 사진만 찍고 올라옴.

며느리바위 삼거리

착각 : 어라? 내 머릿속 코스에는 과학관은 정상까지 다시 올라갔다가 가야 하는 건데, 여기서 바로 가는 길이 있나?

현실 : 당연히 있지. 정상에서도 가고, 며느리바위에서도 바로 갈 수 있어. 애초에 그 빨간 지도에 표시된 코스가 이 길이야.

모자송

이정표와 길이 있으니 일단 내려감. 초반에 약간 불편한 내리막이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음. 다만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거미줄이 많음. 

※ 이 길은 아까 데크로 올라오면서 봤던 '벼락바위' 근처로 이어짐. 즉, 벼락바위에서 다시 조금만 올라가면 '천문과학관'에 갈 수 있고, 아니면 왔던 길로 내려가 우드랜드로 갈 수 있음.

내려가는 길

초반에 엉뚱한 길로 다녀오느라 산행 거리는 충분히 채웠으니(?) 천문과학관 코스는 단호하게 패스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함.

너덜

메인 산책로인 말레길 중간중간에 다른 산책로를 잠시 거님.

한여름이라 많은 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조성해 놓은 꽃밭도 구경함.

옥잠화
산수국
나무수국
나무수국

 

오늘 이동했던 경로

※ 초반에 잘못 들어섰던 길(풀이 무성한 임도)이 애초에 머릿속에 저장했던 그 빨간 지도(국제신문 지도)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건 산행 마치고 복귀한 후였음.

※ 생각보다 많이 덥지도 않았고, 모기도 별로 없었고, 날씨도 좋았고, 조망도 끝내줬고... 근데 왜 얌전하게(?) 다녀오질 못했을까.

※ 완벽한 힐링 산행 코스를 이처럼 스펙터클하게 다니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임.

※ 전생에 아마 '콜럼버스 배의 키잡이'였던 건 아닐까. 원래는 인도로 가야 하지만 머릿속 지도에 잡아먹힌 내 덕분에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틀림없음(물론 실제로는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따로 있음).

※ 카카오맵은 당장 억불산 지도에서 '말레길'을 정확하게 표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함. 아니면 나를 고용하던지(잘 그릴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