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다녀온 이야기

AI의 삽질과 고소공포증으로 인한 역대급 참사 : 진안 구봉산

山中老人 2026. 10. 16. 22:29

※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산행을 하면서,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제대로 산행을 하려고 여태 가보지 못한 산 중에서 리스트를 뽑아 놓고 스케줄을 정리했었음.

※ 그 중 진안 구봉산에 관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구름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료(사진과 동영상 등)를 통해 '아,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에게는 어쩌면 조금 무리일 수도 있음'이라고 생각함. 사실 완주 대둔산의 '삼선계단'도 무서워서 오르지 못하고 우회한 적이 있음. ☞ 대둔산 산행기 참조 : 두렵지 않은 자 도전하라, 근데 나는 못함 : 완주 대둔산

※ 하지만 그 구름다리(제4봉과 제5봉 사이에 있음)를 우회하는 길이 있다는 AI의 조언을 믿고 '그런 훌륭한 대안이 있으면 망설일 필요가 없네'라며 산행을 준비함.


구봉산 안내도

주차장에서 1봉~8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바랑재 혹은 돈내미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함.

구봉산 주차장(무료)

사진에 보이는 주차장 이외에 반대편에도 넓은 주차장이 있음. 

뒤로 보이는 것이 구봉산

사진으로 알 수 있듯이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

등산로 입구 이정표

마을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등산로가 시작됨.

초반부터 계속 오르막이긴 하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음.

이 지점부터 제1봉까지는 길이 조금 더 험해지고 가팔라짐. 1봉부터는 암릉 구간임.

나무 사이로 그 '구름다리'가 살짝 보이기 시작함.

정상과 구름다리
구름다리

이렇게 보면 다른 산의 구름다리(예를 들면 월출산)와 비교해도 무난하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음.

왼쪽은 제1봉

산 아래에 운해가 멋지게 펼쳐짐.

제1봉은 코스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서 잠시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야 함.

제1봉
제1봉 표지석

제1봉에서 바라본 운해도 멋짐. 아마 저 방향이 '용담호'라서 안개가 자주 끼는 것 같음.

제2봉 표지석
제3봉 표지석

제1봉부터 이어지는 암릉 구간은 8개의 암봉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므로 당연히 업다운이 있고 험한 바위와 계단이 대부분임. 하지만 각 봉우리 사이가 멀지 않기에 적당히 주변 조망 감상하면서 쉬엄쉬엄 진행하면 힘들지는 않음.

이제 문제의 '구름다리'가 있는 제4봉으로 향하는 길.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암릉 주변이라 그런지 여기는 이미 가을 한가운데 있음.

구름정
제4봉

저 구름정 바로 아래 '구름다리'가 있음.

잠시 구름정 위에서의 조망 감상.

정상 방향
구름다리
구름다리

생각보다 길어 보임. 출렁거림도 있을 듯... 

어차피 올라와 보고 힘들 것 같으면 우회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이제 우회로를 찾아서....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형상 여기에 다른 길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아무런 안내판이나 이정표는 없음. 길도 없음.

사실, 조금전 바로 아래에서

이런 경고판을 발견하기는 했음. 아무래도 저 길이 과거에 우회로였던 것 같음.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서 조금 내려가서 확인함. 거의 수직 낭떠러지임. 현재는 길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고 절대 맨몸으로 내려갈 만한 구간이 아님.

※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구름다리가 생기기 전 등산로로 이용되던 길인 것 같음. 구름다리 설치 후에는 당연히 폐쇄되었으며 절대 이용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구간임.

아무튼, 우회로는 없다는(AI의 거짓 정보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구름다리 앞에 주저앉아 폰을 들고 따졌음. 그제야 '우회로가 잘못된 정보였으며 그냥 구름다리를 건너던지 아니면 하산하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실토함. 

새벽에 출발해서 두시간 운전하고 왔는데... 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그냥 눈 딱 감고 1분만 참으면 되는데... 

다른 산의 경우, 대부분 구름다리 외에는 우회로가 없을 때는 그냥 참고 건널 때도 많았음. 물론 대둔산처럼 우회로가 있고 그 '삼선계단'의 공포가 워낙 심한 경우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기하기도 하지만...

여기 구봉산 구름다리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배신감(AI의 거짓 정보)과 허탈함(우회할 방법이 없다는), 짜증(내 고소공포증에 대한)이 밀려들면서 모든 의욕이 사라짐. 

이 상태에서 (앞으로의 구간이 더 힘들고 위험함) 산행을 더 진행하는 것은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지도 모르기에(천성적으로 난 소심하고 겁이 많음)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되돌림.

그래도 운해는 멋지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