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다녀온 이야기

구름 속에 숨은 공룡, 빗속에 찬란한 천불동 단풍 : 설악산(공룡능선)

山中老人 2026. 10. 27. 21:48

일시 : 2026년 10월 25일

코스 : 소공원 주차장 - 비선대 - 마등령 삼거리 - 공룡능선 - 무너미고개 - 희운각 대피소[왕복] - 양폭 대피소 - 비선대 - 주차장

거리 및 소요시간 : 23km, 10시간 47분(휴식 휴식 6회 포함)

안내도
코스
고도표

 

[구체적인 타임라인]

출발 4:09
비선대 4:54(45분 경과)
1차 휴식
금강굴입구 5:21(1시간 12분 경과)
1쉼터 6:04(1시간 55분 경과) - 2차 휴식
2쉼터 6:42(2시간 33분 경과)
금강문 7:32(3시간 23분 경과)
마등령 7:59(3시간 50분 경과) - 3차 휴식
킹콩바위 9:20(5시간 11분 경과)
4차 휴식
신선봉 11:07(6시간 58분 경과)
무너미 11:31(7시간 22분 경과)
희운각대피소 11:35(7시간 26분 경과) - 5차 휴식
양폭대피소 12:40(8시간 31분 경과) - 6차 휴식
도착 14:56(10시간 47분 경과)

☞ 작년 5월 산행 기록과 비교 육신은 지옥, 영혼은 천국, 시야는 환상 : 설악산 공룡능선


※ 설악산 산행의 메인이벤트인 공룡능선을 가려는데 날씨 예보가 참 거시기함. 일단 설악산은 오후 4시부터 비 소식이 있고, 그밖에 양양 지역은 오후 2시부터 비가 시작됨.

※ 예전 산행 기록을 참고해 보면 오전 4시에 출발해서 대략 오후 3시 전후에 하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음. 다만 예보에 따르면 하산 막바지, 비선대쯤에서 비를 만날 가능성이 있음.

※ 비선대에서 주차장까지는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니 비가 오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판단에 별다른 우천 대비를 하지 않고 산행을 시작함.

비선대 입구
비선대 갈림길

어둠 속에서 랜턴에 의지해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자니 예전보다 힘듦. 아니면 어제 울산바위+토왕골 계단을 오르느라 피로 회복이 덜 된 것인지... 암튼 제1쉼터 도착 전에 한번 휴식을 취함. (지난번엔 1쉼터까지 한 번에 올랐었는데...)

금강굴 입구

비 예보는 있지만 역시 가을(특히 주말) 설악산은 명불허전임. 랜턴 불빛이 쉴새없이 이어짐.

제1쉼터

제1쉼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날이 밝음. 잠시 후 랜턴이 필요없어짐.

울산바위

그런데 공룡능선 방향으로 하늘이 심상치 않음.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거대한 곰탕을 준비하시는 듯.

울산바위

제1쉼터를 지나 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 구간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이미 초겨울 분위기임.

제2쉼터

비선대와 마등령의 중간 지점. 초반 오르막에서는 (어제의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서)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다리가 좀 풀리면서 별다른 휴식 없이 속도를 높임.

무엇보다 공룡을 뒤덮은 구름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느긋할 여유가 없음.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이 운치 있음.

이 상태라면 '안갯속의 공룡'을 만나게 되는 건가. 제발 비만 오지 않기를... 안개(구름)에 덮인 공룡이라니, 오히려 더 멋질 것 같음.

AI 생성 이미지

이런 모습일까?

AI 생성 이미지

아니면 이런 모습? 수억, 수천만 년 전 쥐라기(혹은 백악기) 속으로~

버려진 신발 밑창

아이고 저런... 다른 곳도 아니고 설악산에서 신발 밑창이 떨어져 나간 분은 심정이 어땠을지. 여기서 비선대로 하산했을까, 아니면 그냥 공룡으로 치고 나갔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임.

금강문

금강문을 지나면서 완전 구름 속에 갇혀 버림.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바람에 비처럼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됨.

마등령 삼거리 도착.

마등령 이정표

마등령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언제 비가 시작될지 모르니 (곰탕 때문에 조망은 포기하고) 안갯속으로 빠져듦.

아마 '나한봉'인가
킹콩바위

안개 속 킹콩이라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임.

안개 때문에 조망이 없으니 감상할 여유도 없고, 사진 찍을 필요도 없으니 이동 속도가 빨라짐. (마등령에서 무너미까지 중간에 1275봉 근처에서 딱 한번 휴식을 취함)

전체적인 인파는 지난번 산행 때보다 적었지만, 일부 구간에서의 정체는 훨씬 더 심했음. 아무리 비 예보가 있고, 곰탕이지만 설악산에서 이 정도는 일상임.

어디쯤인지 기억도 안 남. 아마 서북능선이나 용아장성 방향인 듯.

 

그런데 1275봉 근처에 오자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기 시작함.

또 언제 구름에 갇힐지 모르니 열심히 셔터를 누름.

1275봉
대청봉 방향
대청봉
대청봉과 용아장성
신선대(신선봉) 방향
울산바위

어쩌면 신선대 전망대에서 공룡능선 전체 조망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짐.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얼른 가서 사진 찍어야 함.

제발... 구름이 다시 몰려 옴.

그나마 건진 최상의 샷.

신선대에 도착하여 공룡을 바라봤으나...

이미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음. 그래도 이 정도면 멋있음.

대청봉 방향

대청봉 방향은 이미 구름에 덮였음.

저 구름이 비를 몰고 오기 전에 서둘러 무너미-희운각 방향으로 하산 시작.

신선대에서 무너미까지는 매우 가파른 내리막임.

가장 스릴 넘치는 슬랩 구간

※ 참고로, 공룡능선 구간에서는 스틱을 접어 수납하고 양손을 이용하여 바위를 타는 것이 훨씬 안전함. 장갑은 필수!

무너미고개 삼거리

지난번에는 희운각대피소를 패스했는데 이번엔 잠시 들러보기로 함.

희운각대피소

잠시 목을 축이고 서둘러 천불동 계곡을 향해 출발함. 곰탕에 가려진 공룡능선의 아쉬움을 천불동의 단풍이 달래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무너미에서 천불동으로 내려가는 초반은 가파른 내리막임.

역시 다람쥐가 아주 많음.
천당폭포

천당폭포를 지나 귀면암에 이르자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함. 이제 본격적으로 찬란한 단풍과 수려한 계곡을 감상해야 하는데...

양폭대피소

양폭대피소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자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당단풍나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나무의 단풍이 어울려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색감을 뿜어냄. 비가 내리고 빛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이 정도인데, 화창한 날이라면 어떨지...

빗줄기는 약해질 줄 모르고 더욱 강해짐. 이젠 장갑 낀 손가락이나 핸드폰도 모두 젖어 화면 터치하는 것도 쉽지 않음.

아직 비선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핸드폰을 빗속에 노출했다가는 탈이 날 것 같아 마지막으로 몇 장만 더 건지고, 비선대부터는 사진 없이 땅만 보며 뛰다시피 내려감.


※ 기상청 예보보다 서너 시간 더 일찍 비가 내리긴 했지만, 산중에서 이 정도 변수는 비교적 흔한 일이고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한 내 탓이라 여기며 아무런 불만 없이 산행을 마무리함.

※ 재작년 산행에서 화창한 날씨를 경험했으니 이번엔 좀 매운맛으로 느껴보라며 특별히 준비한 것 같음.

※ 한여름 장마철도 아닌데 최근 들어(두타산, 황매산, 상왕산, 천황산+재약산, 한라산) 청명한 가을 날씨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함. 과연 언제쯤에나 눈부신 파란 하늘 아래 가을빛을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