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 다녀온 이야기

포항 내연산(문수봉/삼지봉)

山中老人 2025. 3. 1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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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5년 3월 9일

코스 : 보경사 주차장 - 보경사 일주문(보경사 입구) - 임도 - 알바 - 갈림길(문수암에서 올라오는 길) - 문수봉 - 삼지봉 - (향로봉 방향 능선) - 갈림길 - 미결등 - (보경사 계곡) - 각종 폭포 - 보경사 - 주차장

거리 및 소요시간 : 17.5km, 7시간 50분(휴식 4회 포함)

 

[포항 내연산군 6봉]

12폭포로 유명한 보경사 계곡을 둘러싼 6개의 봉우리를 이르는 말. 시립공원(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특히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탐방객이 아주 많음.

문수봉(628m), 삼지봉(711m), 향로봉(930m), 매봉(833m), 삿갓봉(716m), 우척봉(771m) 6개의 봉우리를 아울러 '내연산'이라고는 하지만 명칭이 명확하지는 않음. 계곡을 중심으로 문수봉-삼지봉-향로봉은 오른쪽이고, 매봉-삿갓봉-우척봉은 왼쪽에 있음.

문수봉은 문수산, 우척봉은 천령산이라고도 함.

내연산의 최고봉은 향로봉이지만 주봉은 삼지봉이라고 함(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음). 그래서 내연산의 높이를 삼지봉에 해당하는 711m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많음.

아무튼 계곡을 둘러싼 봉우리들을 합하여 내연산군 또는 내연산 지역이라고 불러도 되고 각 봉우리들은 각자의 이름과 표지석이 다 있음.

 

모처럼 일요일 장기리 산행의 기회를 갖고 내연산군 6봉 완주를 계획함. 보경사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고 문수봉→우척봉 방향으로 환종주 코스가 기막히게 짜임. 27km 정도의 코스이지만 비교적 높지 않고 무난한 길이기에 충분하다고 봄. 예상 소요시간은 8~9시간 안팎.

 

하지만... 오전 6시 무렵, 송라면 인근에 접어들면서 내연산과 인근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눈이 쌓였음. 산 아래쪽은 쌓이 눈이 전혀 없지만 산중턱 위쪽으로는 하얗게 보임.

순간, '오늘 산행은 망했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음. 동해안 중에서도 남쪽에 가까운 포항 지역은 '당연히' 눈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눈산행 장비를 전혀 챙기지 않음. 

평소라면 집에 되돌아가 장비를 챙겨 오거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산행을 포기할텐데... 4시간 넘게 새벽 운전을 하고 왔으니 포기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 일단 주차장에 차를 세움.

보경사 주차장

정보에 의하면 유료였는데... 아마 비수기엔 무료로 운영되는 것 같음.

 

일단 당초 계획대로 문수봉 방향으로 올라 진행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중도에 되돌아 오는 것으로 정하고 산행 시작.

 

주차장에서 보경사(일주문)까지는 대략 1km 정도임.

보경사 일주문

(지도에 의하면) 일주문을 통과하여 보경사를 거쳐 계곡으로 향하는 코스가 있고, 문수봉은 일주문 오른쪽의 임도를 따라가면 될 것 같았음.

보경사 템플스테이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 쭉 올라가면 중간쯤에 등산로가 갈라져야 하는데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 입구 지점(사령고개)

온통 철조망으로 막혀 있음.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입산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많음.

등산로가 막혔음을 발견한 순간 산행을 포기하거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다른 코스를 선택해야 했음. 

하지만 임도는 계속 이어지고 지도를 보니 조금 더 올라가면 샛길 비슷한 등산로 표시가 보이길래 더 올라감. (당시에는 이 임도가 그냥 등산로인 줄 알았음. 하지만 등산로는 아니고 고개 너머 마을-대전2리로 이어지는 길이었음)

 

조금 더 올라가자

위 지도의 A 지점에서 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가 개방되어 있음. 이제 이 등산로만 따라 올라가면 되는 줄 알았으나....

등산로 비슷한 길이 보이긴 하는데, 왠지 등산로 같지는 않았음. 

입산금지를 알리는 표지와 붉은색 끈. 등산로를 제외한 삼림 지역은 출입하지 말라는 뜻인가?

물탱크와 감시초소 비슷한 시설물도 있음. 이 지점부터는 길 비슷한 것도 사라짐. 아예 막혔음.

짐작컨대 길 비슷한 것은 등산로가 아니고 송이 채취를 위해 주민들이 이동한 길 같으며 위 시설물 또한 송이채취에 이용하는 것 같음. 즉, 이 방향은 등산로가 전혀 아니며 출입하지 말았어야 하는 구간임.

 

하지만 이미 판단력을 상실한 나는, 지도를 보며 표시된 등산로(지도에만 표시되어 있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음) 방향으로 무작정 진행함.

길 같은 것은 전혀 없음.

중간에 임도 비슷한 길을 만나기는 하지만 등산로와는 무관하며 역시 송이채취에 사용되는 길 같음.

길도 뭣도 없는데 지도에 표시된 가짜 등산로 방향으로 올라감. 겨울이라 잡풀이 없고 여태까지는 눈이 없어서 그나마 수월함. (나중에 든 생각인데, 이 지점부터 눈이 많았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섰을 것임)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보이는 산악회 리본!! 이제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았나 싶었지만, 아직 아님.

길은 확실히 맞는 것 같은데, 발자국이 없음(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고라니 발자국이 많았음)

위 지도의 B지점에 이르자 드디어 산행객의 발자국이 많이 보임. 

B지점의 이정표

※ 결론 : 보경사(주차장)에서 문수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계곡으로 진입하여 문수암 갈림길에서 문수암 방향으로 올라가야 함. 지도(카카오맵)는 절대 믿지 말 것.

 

산행 중 발견한 안내도에는

보경사(위치가 잘못 표시됨)라는 글자 왼쪽의 하얀색 길이 있는데, 대전2리까지 이어지는 임도를 표시한 것임. 그렇다면 대전2리에서 문수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노란색)가 있다는 뜻인데 내가 올라온 방향과는 달라서 잘 모르겠음.

 

암튼 이제부터 정상적인 등산로를 따라 진행함.

눈은 많지만 아직 불편한 정도는 아님.

문수봉을 거쳐 삼지봉으로 갈 수도 있고, 거치지 않고 바로 삼지봉으로 갈 수도 있음.

문수봉 표지석
문수봉 이정표

아이젠도 없이 눈길이 조금 걱정이지만 일단 삼지봉까지 가보기로 함.

눈은 점점 더 많아지고 발자국은 줄어듦. 능선 구간의 등산로는 험하지 않고 경사도 완만한 편임.

계곡에서 올라오는 여러 등산로와 합쳐짐.

영덕의 동대산과도 연계할 수 있음.

 

삼지봉 도착

표지석이 2개 있음. 아마도 위쪽의 표시적이 더 최근인 것 같은데.... 그 사이 산이 1m 자랐나 봄.

 

초반에 알바를 제대로 하느라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많은 눈을 보자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이 났음.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이쯤에서 6봉 완주를 포기하고 하산하는 게 맞았음.

 

하지만 비정상적인 멘탈 상태에서 평소답지 않게 오기를 부려 향로봉까지 가 보기로 함. (이 결정은 하산하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음)

향로봉 향하는 길.. 발자국은 더 줄어들고 눈은 더 많아짐.

 

도중에 생각을 바꿔서 향로봉까지 가지 말고 미결등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함.

그런데 문제는 미결등 코스로 다닌 발자국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음. (사진은 없지만) 삼지봉에서 향로봉 향하는 능선길에는 앞선 산행객 1~2명의 발자국만 남아 있는 상태였음.

갈림길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발자국이 있었음(이정표는 없음). 

만약 미결등 길을 찾지 못했다면 그냥 향로봉까지 진행하거나 삼지봉으로 되돌아가 조피등 코스나 수리더미 코스로 내려가야 함. (오는 도중, 발자국이 없으면 후자를 선택하고 진행하려고 맘먹었음)

등산로 구간에 벤치나 쉼터는 전혀 보이질 않고 눈 때문에 앉아 쉴 곳도 마땅치 않음. 눈이 살짝 녹은 흙바닥 위에 앉아 쉴 수밖에 없었음.

미결등 코스에는 단 1사람의 발자국만 있었음. 아마 올라오는 길이었던 듯함.

눈은 거의 무릎까지 빠지는데 장비(아이젠, 스패츠 등)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선 발자국만을 그대로 디디며 진행함. 당연히 속도는 평소의 30~5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무엇보다 눈이 신발 안으로 들어와서 양말이 축축해져 힘듦.

한참을 내려오니 눈이 조금 적어짐.

1시간 반 넘게 내려오자 눈이 거의 사라짐. 2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정말 최악의 구간이었음.

 

계곡이 가까워지자 물소리가 들림. (3월이지만) 아직 겨울인데 이정도로 들리는 물소리라면... 아마 여름에는 환상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함.

계곡 도착하기 전 막판 내리막
올려다 본 오르막

 

계곡 도착, 보경사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내려감.

 

초반의 알바와 내리막 눈길에서의 긴장 등 예상을 벗어나 훨씬 길어진 산행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계곡 바위/돌 길을 걷느라 무릎과 발목이 불편해짐. 멋진 계곡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사진도 거의 안 찍음) 그냥 빨리 하산을 마무리하고 싶었음.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는 등산로
갓부처

겨울임에도 계곡에는 탐방객들이 많았음. 여름에는 더 많을 것임.

문수암 갈림길 이정표

문수봉을 가기 위해서는 이 지점에서 올라가야 함. (저~ 위 지도 파란색 화살표 방향)

보경사
보경사

보경사를 거쳐 주차장으로 하산 완료.

실제 이동 경로

 

※ 어쩌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산행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시작부터 꼬인 데다가, 전혀 준비/대비하지 않은 겨울 눈산행이 얼마나 위험하고 피곤한지 또 한번 경험함.

※ (아무리 명확해 보일지라도) 보이는 대로 다 믿지는 말아야 함.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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